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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 영감(발자크)2023.07.16

by 어느섬 2023.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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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 영감은 생각보다는 별로인 소설이었다. 이 소설을 읽은 이유가 내가 좋아하는 우엘벡 소설에서 자꾸 발자크를 언급했으며, 내가 알기로는 우엘벡의 박사학위인가 논문 중 하나가 발자크에 관한 것이라서 한 번 읽어보았으나, 결론적으로 실망이 큰 소설이었다.

줄거리를 말하자면 한 멍청한 딸바보 아버지의 이야기 정도가 될 것 같다. 시집간 딸들에게 자꾸 퍼주려는 고리오 영감과 그 딸들이 뻔뻔하게 자꾸 물직적 요구를 해오는게 이 소설의 주된 줄거리이며, 그 외에 당시 프랑스 사교계의 과소비와 그 과소비에 포장된 감정들, 그리고 과소비를 감당하려 노력하려는 안쓰러운 노력들이 곳곳에 담겨있다. 

발자크 소설은 골짜기의 백합 이후에 두 번째 소설인데 두 소설이 많이 달라서 조금 신기하긴 하다. 골짜기의 백합이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에서와 같이 목가적 풍경의 서정적인 소설이라 한다면, 고리오 영감은 우엘벡이나 도스또예프스키와 같은 현실적인 돈문제가 소설의 중요한 화두가 된다. 고리오 영감 뒤의 해설 부분을 보면 발자크의 특징 중 하나가 중산층 이하의 삶을 잘 묘사한다고 하니 아마 골짜기의 백합 부분이 좀 특이한 경우였지 않나 싶다.

소설에서 좋았던 부분이라면 첫번째로 현실적이라서 좋았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돈 때문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저당을 잡히고, 도박을 하고, 빌리는 경우가 많이 나온다. 두 번째는 마지막 부분이 좀 인상깊었다. 고리오 영감이 죽고 나서 주인공이 마치 사회와 대결을 하려는 듯이 끝나는게 무엇인가 비장해서 좋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안좋았던 부분은 첫 번째로 교보문고에서 이 책을 샀는데 펜으로 낙서가 되어있었다는 곳이다. 두 번째로는 민음사 버전을 샀는데 번역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다른 출판사쪽이 더 번역이 낫다는 의견이 있었다. 세번째로는 내가 고리오 영감을 읽는데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 너무 독서가 너무 오래걸렸다는 것이다. 그다지 재미있는 소설은 아니었고, 억지로 읽어나가는 감이 조금은 있었다.

민음사판 소설 맨 뒤 해설에서 발자크 소설의 특징으로 근대성을 꼽는데 그 근대성이란 것이 고대, 중세와는 단절된 그 당시만의 주제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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